왜 탄수화물 덜 먹는데도 살이 찔까?
“양을 줄였는데도 살이 붙는다”는 역설 뒤엔 대사 적응, 활동량 변화, 탄수의 ‘질’, 그리고 장내미생물까지 복합 요인이 숨어 있습니다. 최신 근거로 풀어봅니다. (업데이트: 2025-10-24)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보통 탄수화물부터 줄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덜 먹는데도 살찐다”거나 “정체가 길다”는 경험을 합니다. 이는 단순히 탄수화물 섭취량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체중 감량이 일어나면 우리 몸은 예상 이상으로 에너지 소모를 낮추고(적응성 열생성, AT), 무의식적 움직임(NEAT)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다가 탄수의 ‘질’과 장내미생물, 심지어 며칠간의 과식이 남기는 대사 신호 변화까지 더해지면, 같은 양을 먹어도 체지방이 붙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1) 적응성 열생성: 감량 후 대사는 생각보다 더 줄어든다
체중이 줄면 휴식대사량이 내려가는데, 문제는 예상치보다 더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적응성 열생성(AT)이라고 하며, 감량 후 유난히 피로하고 추위를 잘 타며 체중이 쉽게 정체되는 이유가 됩니다. AT는 시간이 지나며 완화되지만 개인차가 큽니다. 따라서 단순 탄수 제한만으로는 AT를 상쇄하기 어렵고, 근력운동(근육량 유지), 충분한 단백질, 수면/스트레스 관리 같은 ‘유지기 전략’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2) NEAT: 무의식적 움직임이 줄면 에너지 공백이 커진다
하루 종일 사소한 움직임들—계단 오르기, 집안일, 자리에서 자주 일어나기—을 통해 소모되는 NEAT는 감량 과정에서 유의하게 감소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NEAT가 하루 약 150kcal(약 -27%)까지 줄어든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체지방 감량 직후 유지기에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스마트폰 ‘움직임 알림’이나 ‘스탠드 타이머’, 출퇴근 도보·대중교통 전환, 업무 중 ‘마이크로 브레이크(1–2분 스트레칭)’ 같은 생활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3) 탄수의 ‘양’보다 ‘질’이 체중 궤적을 가른다
정제 곡물·감자·첨가당 같은 저품질 탄수는 장기적으로 체중 증가와 연관됩니다. 반면 통곡·과일·비전분채소 등 고품질 탄수는 체중 증가를 완만하게 만드는 경향이 관찰됩니다. 예컨대 전분 100g/일 증가는 4년간 약 1.5kg 체중 증가, 식이섬유 10g/일 증가는 0.8kg 체중 증가 감소와 관련되었습니다. 즉, ‘저탄수’ 자체보다 무엇을 빼고 무엇을 넣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4) 장내미생물: 같은 칼로리, 다른 흡수
사람마다 장내미생물 생태계가 달라 음식에서 에너지를 추출하는 효율도 다릅니다. 소위 ‘알뜰한(Thrifty) 마이크로바이옴’은 같은 섭취량에서도 더 많은 칼로리를 흡수해 체중 증가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급격한 다이어트로 미생물 다양성이 감소하면 장기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어, 식이섬유(전곡, 콩류, 채소, 해조), 발효식품(요구르트, 김치), 식재료 다양화가 도움이 됩니다.
5) 며칠의 과식도 ‘뇌 인슐린’에 흔적을 남긴다
연휴·출장 중 수일만 고열량·당·지방을 과식해도 간 지방이 늘고 뇌 인슐린 반응성이 떨어지는 소견이 보고되었습니다. 이 변화는 체중이 오르기 전에도 나타나 이후 체중 증가를 촉진하는 ‘길들이기’ 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빨리 원래 식사로 복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1–2일의 가벼운 저지방·고섬유 복귀 메뉴와 수면 회복, 가벼운 유산소를 권합니다.
6) 인슐린 저항성: 원인인가 결과인가?
논쟁은 계속되지만, 최근 임상 근거는 체중 증가 → 인슐린 저항성의 흐름을 더 지지합니다. 즉, 탄수 제한만으로 IR이 즉시 해소되지 않을 수 있으며, 체중 유지와 근육량 확보가 병행되어야 대사 건강이 개선됩니다.
실천 체크리스트: ‘덜 먹는데 찌는’ 악순환 끊기
- 품질 우선 식사: 정제 곡물·첨가당·감자 위주를 줄이고, 통곡·콩·채소·과일·견과류 비중을 높입니다.
- 근력·단백질: 주 2–3회 저항운동 + 체중 1kg당 단백질 1.2–1.6g 범위를 검토(개인차·질환 시 전문가 상담).
- NEAT 타이머: 45–60분마다 1–2분 일어나기, 통화는 서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2–3층.
- 마이크로바이옴 친화: 식이섬유 25–35g/일, 발효식품(김치·요구르트·된장) 자주, 식재료 주간 30종 목표.
- 연휴·출장 리셋: 과식 후 24–48시간은 담백한 단백질+채소, 수면 7–8시간, 가벼운 걷기 30–45분.
데이터 한 컷
| 항목 | 최신 근거 |
|---|---|
| 감량 후 NEAT 변화 | 약 -150kcal/일 (약 -27%), 비운동군 관찰 |
| 전분 100g/일 증가 | 4년 체중 +1.5kg 연관 |
| 첨가당 100g/일 증가 | 4년 체중 +0.9kg 연관 |
| 식이섬유 10g/일 증가 | 4년 체중 -0.8kg 연관 |
참고/출처
- Lopez-Torres SY et al., Obesity, 2024
- Harvard Health Publishing, 2024-04-01
- Wan et al., 2023
- Corbin et al., Nutrition Reviews, 2025
- Corbin et al., Nature Communications, 2023
- Kullmann et al., Nature Metabolism, 2025
- PubMed: Kullmann 2025
- von Loeffelholz C., 2022 (review chapter)
- Obesity Medicine Association, 2025-10-13
- Buscemi et al., Nutrition & Diabetes, 2024
※ 변동 가능성이 큰 수치·권고는 ‘최신 기준(2025-10-24)’임을 명시합니다.

